※ 화질 주의 ※ (블로그 속도 개선하려고 용량을 무리하게 줄였나보다. 2G폰으로 찍은 줄)
한가롭던 어느 평일날 오후, 기숙사 책상에 앉아있던 장고가 갑자기 휙 돌아보면서 "우리 토요일에 그라츠 가자!"라고 했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그래!"라고 대답했다.
가져온 오스트리아 여행책에 없어서 '볼 게 많이 없는 도시인가보다' 하며 여행을 염두해두지는 않은 도시였지만, 가능한 한 오스트리아의 많은 지역을 방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Flix 버스를 타고 출발! (비엔나에서 출발하면 약 2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무어파크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또 트램을 타고 이동해야 했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시메스터 티켓은 비엔나에서만 사용 가능하므로 새로 티켓을 발권했다.
트램을 타고 가는데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티켓을 소지하지 않아 보안관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았다. (여태까지 한 번도 못 봤는데 여기서 처음 봄)
벌금으로 100유로를 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램에서 내려서 터벅터벅 걷는 모습이 상당히 처량해 보였다.
중앙광장에서 내려 걸으면서 본 풍경이다.
당일치기였지만 많은 것을 할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걸으면서 주변 건물도 보고, 옷가게에 들어가서 구경도 했다.
은행에서 돈 뽑는 장고를 기다리다 본 귀여운 강아지와 아이.
다음은 graz.at에서 찾은 도시에 대한 정보이다.
그라츠는 오늘날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슈타이어마르크(Styria)의 수도이며 인구 25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도시이다.
5,000년 전 그라츠는 무어강 옆에 있는 아무 것도 없는 가파른 바위 언덕에 불과했다. 시간이 지나 언덕은 슐로스베르크(Schlossberg)가 되었고 우리가 잘 아는 번화한 도시로 발전했다. 1379년 그라츠는 "Inner Austria"의 수도로 지정되어, 1619년까지 합스부르크 왕가의 거주지가 되기도 했다. 이후 수십년 간 이탈리아 건축가 및 공예가들이 뛰어난 건축 기술로 도시를 변화시켰으며, 남동부의 위협에 대항하여 로마 제국의 강력한 거점의 역할을 수행했다. 나폴레옹 전쟁에서 성벽은 적들의 습격도 없이 무너져 내렸지만, 그라츠 시민들은 침입자들에게 종탑(Glockenturm)과 시계탑(Uhrturm)을 지키는 대가로 약 87,000유로를 지불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두 개의 유명한 랜드마크를 보존하는 값으로는 꽤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라츠는 유럽 문화의 교차로에 놓여 있다. 로마인, 슬라브인, 헝가리인, 알파인-게르만계 사람의 영향이 모두 섞여 그들만의 독특한 특성이 형성되었다. 이 다양한 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고딕 양식, 르네상스 양식, 바로크 양식 및 아르누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 스타일을 볼 수 있다. 1999년 12월 1일까지 현대 건축물을 조금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던 이 도시 중심부는 그 가치를 인정 받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가끔 갓 포장을 뜯어 상처 하나 없는 완벽한 바비 인형보다 오래 되어 꼬질꼬질하고 낡은 손때가 묻은 강아지 인형이 더 소중할 때가 있다.
모르고 봤을 때는 크게 특출나지 않은 평범한 도시이지만, 그 배경을 알고 나면 도시 곳곳에서 그라츠에 삶의 터전을 잡았던 옛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바위부터 시작해서 슐로스베르크 언덕이 랜드마크가 되기까지, 그리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집을 짓고 마침내 한 지방의 수도가 되기까지.
지금은 평화롭지만, 과거 먼 옛날에는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웃는 그런 치열한 접전이 있었을 시민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슐로스베르크(Schlossberg) 언덕
바위를 깎아 저렇게 등산로로 만들어 놓으니까 문득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떠올랐다.
때묻지 않은 거친 자연에 사람의 손길이 더해지니 더욱 오묘하고 운치 있는 장관이 만들어진 것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저길 어느 세월에 다 올라가지?"라며 벌벌 떨었는데 막상 올라가보니 생각했던 것만큼 힘들진 않고 산책 삼아 쉬엄쉬엄 가기 적당했다.
표지판을 잘못 읽어서 더 오래 걸리는 코스로 갔지만.
걸어서 가면 중간중간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어느덧 익숙해진 빨간 지붕이지만 도시마다 그 느낌은 꽤 다르다.
올라가다 얼굴 바위를 보았다.
콧구멍까지 살아있는 디테일.
어느덧 꽤 높이 올라왔다.
밑에서 본 모습, 중간에서 본 모습, 위에서 본 모습이 전부 다른 느낌을 준다.
올라가기 전만 해도 꽃가루 때문인지 계속 훌쩍훌쩍 거렸는데 높은 곳에 있으니까 어느새 훌쩍거림이 멈춰 있었다.
돌고 돌아 마침내 도착한 시계탑!
계단을 올라갈 땐 보이지도 않던 사람들이 여기 다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시침과 분침이 반대로 되어있는 특이한 시계이다.
안녕 귀여운 새야, 넌 이름이 뭐니?
여기저기서 보이던데,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다.
점심 때가 되어 장고가 알아봤다던 restaurant Glökl Bräu에 갔다.
옆사람이 먹는 게 맛있어보여서 같은 걸 시키려고 메뉴판에서 한번 찍어봤는데 맞혔다.
드디어 오스트리아식 굴라쉬를 먹게 된 역사적인 순간!!
감동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부드러운 육질의 고기와 매콤짭짤한 소스, 쫄깃쫄깃한 감자 덩어리(?)의 완벽한 조화!
지금까지 여기 와서 먹은 음식 탑5 안에 들 정도로 맛있었다.
게다가 가게 밖의 테라스에 앉았는데 햇볕도 따스하고 날씨도 살랑살랑 너무 좋아서, 다른 관광지에 안 들르고도 밤까지 앉아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떼고 온 다음 명소는 바로 무어 강 가운데 위치 한 무어인젤(Murinsel)!
무어 강의 섬(the Island in the Mur)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강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강철 다리의 소용돌이는 한번에 '저게 섬이구나' 할 정도로 눈에 띄었다.
다리 한 가운데에 멈춰서 물결 치는 소리를 들으며 몇 분이고 그렇게 서 있었다.
세상의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쿤스트하우스(Kunsthaus) 박물관이다.
안에까지 들어가보진 않았지만 겉에서 건물의 생김새를 요리조리 관찰했다.
현지인들에게 친밀한 외계인(friendly Alien)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고 한다.
내가 봤을 때는 외계인이라기보단 거북이 등딱지에 가까운 형태인 것 같지만.
슐로스베스크에서 멀리나마 보기는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더 튼튼하고 매끈해 보인다.
오래된 건축물 사이에 덩그러니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이 현대적인 (미래적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박물관은 아름답기보다는 수많은 백조 속에 오리가 한 마리 있는 것 같은 낯선 느낌을 주었다.
일찍 도착해서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렸다.
일교차가 커서 밤이 되니 손발이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버스가 안 오자 안절부절 초조해하던 나의 룸메이트..)
버스가 몇 분 늦게 오긴 했지만 별 탈 없이 비엔나까지 무사히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웬만한 곳은 다 걸어다녀서 오늘도 부지런히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산책하고, 맛있는 밥 먹고, 무어강을 바라보면서 힐링하다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종일 열심히 가이드 해준 장고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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