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3
여행의 셋째 날이 밝았다.
우리는 파리에 왔으면 꼭 들러야 한다는 루브르 박물관을 다시 찾았다.
세계의 무수히 많은 박물관 중 영국의 대영 박물관, 바티칸시티의 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힌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명성이 아닐 수 없다.
역시나 예상대로 줄이 매우 길었다.
이제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가방 검사도 척척.
들어가자마자 그 광활한 로비에 서서 어디부터 가야하나 멍하니 서 있다 사람들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것을 보고 우리도 따라갔다.
로비에서 가져온 안내책자만 봐도 이 박물관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었다.
이 많은 석고상을 다 어디서 가져왔나 싶을 정도로 석고상 천지였다.
모든 작품에 대해 알지는 못하지만 미의 여신을 표현한 밀로의 비너스, 승리의 여신이라고 알려진 사모트라케의 니케 앞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나 또한 그 중 한 명이었지만)
팔이 잘리고 머리가 잘린 어떻게 보면 완벽하지 않은 형태의 미술품이 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모습이 새삼 신기했다.
팔과 머리는 기본이요, 남성의 그 중요 부위가 없어진(!) 석고상도 있었다. (X자라니..)
손상되기 이전의 모습은 어땠을까 상상하는 깨알 같은 재미도 있었다.
칸마다 다른 천장화를 보는 것도 흥미로웠다.
걷는 게 지칠 때면 중간 중간 설치된 의자에 앉아 천장을 바라봤다.
모든 작품과 작가명을 주의 깊게 살펴보지는 않았지만 꽤나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 눈에 띄기도 했다.
나에게는 미술적 재능이 발톱의 때만큼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잘 그린 그림들을 보면 어떻게 그렸나 이해가 되지 않음과 동시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미술은 서양에서 훨씬 발달했기 때문에 정교하게 그려진 사실주의 작품은 (특히 인물화) 어떤 모습이든 낯선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동양에서도 이렇게 미술이 발달했었다면 작품을 보는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인물화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모나리자를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 작품.
어디있는지 몰라 한참 돌다 겨우 찾았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던가.
반 세기 전 인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이 죽어서도 회자되고, 또 잘 보존되어 후세에게 평가 받는다는 것은 생각할수록 멋진 일인 것 같다.
첫째 날 밤에 봤던 루브르 박물관의 외관을 낮에 또 한번 보고,
박물관을 돌아다니느라 배고파진 우리는 미리 예약한 식당으로 찾아갔다.
Le Café des Initiés라는 박물관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느낌에 타르타르라는 메뉴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고 나서 보니 응? 이것은 날고기였다.
선홍빛에 거부감이 든다고 육회도 제대로 안 먹어본 나였지만 잘게 다져진 고기와 소스와 버무러져 새콤달콤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타르타르가 날고기 요리인 줄 처음 알게 된 나름 좋은 경험이었다. (L은 보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그리고 파리에서 내가 꼭 와보고 싶었던 노트르담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은 센 강의 시테 섬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성당으로, 12세기 고딕 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다. 노트르담은 '우리의 귀부인'이라는 의미로 성모마리아를 가리킨다. 대성당은 1163년에 파리의 주교였던 모리스 드 쉴리에 의해 착공되었으며, 종교적인 의의보다 이성이 중시된 혁명 시대에는 종과 조각이 파괴되고 내부는 사료 창고가 되었다. 수난의 시대를 거친 대성당은 나폴레옹 1세가 미사를 부활시키고 자신의 대관식을 이곳에서 거행하면서 지위를 되찾았다. 그 후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의 원작이 된 빅토르 위고의 명저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 등의 영향으로 재인식되어, 19세기에는 20년이 걸리는 대규모 복원이 실시되었다. (Source: 네이버 지식백과 - 저스트고 관광지)
뮤지컬과 책으로 접한 <노트르담 드 파리> 때문인지 다른 성당들보다도 더 애착이 갔다.
누가 뭐라해도 종교예술의 집합체는 바로 건축이 아닌가 싶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로 은은하게 들어오는 빛이 숙연한 느낌을 주었다.
안쪽으로도 들어가보고 싶고, 탑에도 올라가보고 싶었지만 일행이 있어 혼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웠다.
다음에 오게 되면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이 곳에서 콰지모도가 느꼈을 감정에 이입하며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친구들이 강력 주장한 프랑스의 마카롱을 먹으러 갔다.
Ladurée라는 마카롱집인데, 나는 몰랐지만 프랑스에서 꽤나 유명한 모양이었다.
앉을 자리가 없다는 직원 분의 말을 듣고 포장만 해서 다른 카페에서 먹었다.
역시 마카롱은 피스타치오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샹젤리제 거리를 쭉 따라가면 개선문이 나온다.
개선문은 파리 시내 북서부의 샤를 드 골 광장 중앙에 위치해 에펠탑과 함께 파리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명소로, 개선문이 있는 광장은 방사형으로 뻗은 12개의 도로가 마치 별과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이전에는 에투알(Etoilé, 별) 광장이라고 불리었다. 개선문은 그 이름대로 프랑스군의 승리와 영광을 기념하기 위해 황제 나폴레옹 1세의 명령으로 건립되었으며, 문 아래에 서 있으면 내부 벽면 가득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랑스 혁명에서 나폴레옹 1세 시대에 걸친 128번의 전쟁과 참전한 장군 558명의 이름이다. (Source: 네이버 지식백과 - 저스트고 관광지)
낮에 날씨가 좋아 반팔을 입었는데 저녁이 되니 너무 추워서 개선문 외관 사진을 찍지 못했다.
개선문에 올라 파리 시내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에펠탑에 올라가면 에펠탑을 볼 수 없으니까 개선문에 가자!" 라고 해서 오게 된 것이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 건물들의 빛이 모두 꺼져있었다.
비록 친구의 코트를 빌려 입으면서도 온몸이 덜덜 떨렸지만 꼭 야경을 보겠다는 의지로 나름 명당에서 불빛이 하나 둘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
드디어 에펠탑의 점등식이 시작되고 정각이 되자 15분간 현란한 불빛 쇼가 시작되었다.
멀리서 보니까 장난감 에펠탑이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계획적으로 설계된 도시라 그런지 옛날에 남산타워에 올라가서 봤던 서울의 야경과는 확연히 달랐다.
서울이 난개발로 들쭉날쭉한 무질서의 아름다움이 있다면 파리는 자를 대고 그은 것 같은 단정미가 있다고나 할까?
이렇게 멀리서 봤을 때는 질서 있고 깔끔한 도시가 사실은 위험하고 더러운 도시 중 하나라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DAY 4
금강산도 식후경!
하루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아침부터 먹기로 했다.
손님은 많은데 직원이 적어 한참 기다렸지만 (+내가 시킨 음식이 잘못 나왔지만) 크로아상도, 블랙커피도, 수제 잼도 맛있었다.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한 두 군데 정도 갈 시간이 남아있었는데, I가 가보고 싶었다는 페르 라쉐즈 공동묘지 (Cimetière du Père Lachaise)에 가기로 결정했다.
페르 라쉐즈 공동묘지 (The Père Lachaise cemetery)는 루이 14세의 고해신부 Francois d'Aix de La Chaise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파리에서 가장 권위 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공동묘지이다. 이 공동묘지는 44헥타르에 달하며 70,000개의 매장지를 보유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é de Balzac), 기욤 아폴리네르 (Guillaume Apollinaire), 프레데릭 소팽 (Frédéric Chopin), 콜레트 (Colette), 당프랑수아 샹폴리옹 (Jean-François Champollion), 장 드 라 퐁텐 (Jean de La Fontaine), 몰리에르 (Molière), 이브 몽땅 (Yves Montand), 시몬느 시뇨레 (Simone Signoret), 짐 모리슨 (Jim Morrison), 알프레드 드 뮈세 (Alfred de Musset), 에디트 피아프 (Edith Piaf), 카미유 피사로 (Camille Pissarro), 오스카 와일드 (Oscar Wilde) 등의 무덤을 볼 수 있다. (Source: en.parisinfo.com)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공동묘지 특유의 스산한 분위기보다는 산책로 같이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라서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덕분에 여유롭게 햇빛을 즐기며 구경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가인 쇼팽의 무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비제의 무덤, 오스카 와일드의 무덤 등도 보고 천천히 산책하며 파리에서의 마지막 여정을 마무리했다.
파리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2주는 있어야 한다는 말이 괜한 소리는 아닌 듯,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남아있었다.
다음에 다시 한번 들러서 안 가본 곳에도 들러보고 싶다.
안녕,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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