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를 포함한 많은 유럽의 학교에는 ESN (Erasmus Student Network)라는 동아리가 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종종 재미있는 이벤트를 열곤 하는데, 새로 주최하는 할슈타트 여행이 재미있어보여 참가했다.
참가 등록하고 이메일로 받은 일정표.
당일치기라서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 반, 노는 시간 반이다.
할슈타트(Hallstatt)는 잘츠카머구트(Salzkammergut) 지역에 있는 도시로, 소금을 뜻하는 할(hall)과 마을을 뜻하는 슈타트(statt)가 합쳐진 어원이 있다. 예로부터 소중한 자원인 소금을 통해 역사적으로 풍요로움을 누렸으며, 도심 위쪽에는 B.C 2000년경 형성된 세계 최초의 소금광산이 있다. 현재는 관광업이 도시 경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 두산백과)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잠에서 덜 깨 비몽사몽할 새도 없이 심쿵!!
계속 "우와~ 우와~" 하면서 '여긴 어디, 나는 누구?'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알프스 산맥과 호수가 쫙 펼쳐져있는데, 영화 드라마 세트장도 이렇게는 못 만들 것 같았다.
그 동안 도시에 너무 익숙해져있어서 그런지 이렇게 드넓은 자연을 바라보니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내리자마자 밥 먹으라고 자유시간을 얻은 우리는 레스토랑 찾아 삼만 리를 시작했다.
아기자기하고 조용하고, 여기 살면 세상의 모든 우환과 동떨어진 삶을 살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한국인에게 인기가 많은 관광지인지 심심치 않게 한국인이 보였다.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거의 30분을 헤매 어떤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주문을 했는데 40분 동안 요리가 안 나오는 건 어째서죠.. (빨리 집합 장소로 가야 된다구욧)
주문을 까먹었다, 화장실에서 거하게 볼일을 보고 있다, 주방장이 한 명밖에 없다, 주방에서 자고 있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한 끝에 요리가 나왔다.
간(liver) 요리를 시켰는데 맛은 음 전체적으로 비리다는 평을 주고 싶다.
아슬아슬하게 집합 장소에 도착해서 같이 가이드투어를 시작했다.
아까 밥 먹을 때도 봤던 할슈타트의 중앙 광장인 마르크트 광장(Marktplat)이 보였다.
파스텔 톤의 집이 가운데를 빙 둘러싸고 있다.
주변을 둘러봤는데 건물이 아니라 산과 물에 가로막혀 있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봄의 중순인데도 산맥에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어, 위에서 곰 한 마리가 내려와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하루종일 비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좋지 않은데..' 하고 생각했지만 막상 오니 비가 내리지 않아 다행이었다.
가까이서 보면 좀 꾀죄죄하지만 하얗고 우아하고 귀여운 백조도 몇 마리 있었다.
내가 사실 동화 속에 한 장면에 들어와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보면 볼 수록 꿈 같은 마을이었다.
멀리서 본 폭포(좌)와 할슈타트 박물관(우).
박물관에 들어가보지는 않았지만 마을 곳곳에서 발굴한 유물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가이드 분과 가톨릭 교회(Maria am Berg)에 갔는데, 뭐라고 설명하셨는데 맨 뒤에 있어서 잘 들리지는 않았다는..
교회보다 인상적인 것은 앞마당에는 묘지와 납골당이었다.
묘지가 부족해, 무덤에 묻힌 시신의 유골을 10년~20년 후 꺼내 두개골에 그림을 그려 납골당에 안치해왔다고 한다.
이제는 두개골의 그림이 예술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그려진 떡갈나무, 월계수, 장미는 각각 영광, 승리, 사랑을 상징한다.
두개골이 하나, 둘, 셋, 넷.. 엄청 많다.
무섭다며 들어가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나도 두개골만 쌓여있으면 싸한 느낌이 들 수도 있었겠지만 정리도 잘 되어있고 그림도 그려져 있어서 무덤 같다기 보다는 두개골 예술 전시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납골당이 유명해지자 이 곳에 묻히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몇 년 이상을 거주해야 된다든가 시민권을 얻어야 된다든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특정한 자격 요건이 필요하다고 한다.
창 밖으로 할슈타트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카페에서 카푸치노를 마셨다.
돌아갈 때가 거의 다 되어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가 본 곳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 할슈타트.
반 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혼자 보긴 아까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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