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Day 1

 

〔비엔나 공항 → 루턴 공항 → 런던 시내 Safestay 체크인 → 카나비 St. / 옥스퍼드 St. → 뮤지컬 <위키드>〕

 

 

 

 

유럽 대륙과 떨어져 있는 나라, 영어를 쓰는 나라, A Cup of Tea의 나라, 신사의 나라, 대영제국 등등 갖가지 별명도 참 많은 나라 영국!

 

여기 와서 친구들 없이 처음으로 혼자 가는 여행이라 아무 탈 없이 다녀올 수 있을지 떨렸다.

 

걱정해봤자 이미 표를 끊은 몸..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슝

 

 

루턴 공항에서 시내까지 가는 버스를 찾는 데 좀 헤맸지만 무사히 맞는 경로를 찾았다.

 

시내로 가는 버스 안에서 본 런던의 외곽 지역이다.

 

먹구름이 끼어있는 하늘이 "여기가 바로 영국이란다" 하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직도 내가 영국에 와 있는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유쾌한 버스 기사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숙소로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처음 보는 예쁜 빨간 2층 버스!)

 

모든 것이 영어로 되어있다!

 

간판을 읽고 내가 이해할 수 있다니.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하는 걸 들을 수 있다니.

 

너무나 당연한 건데도 그게 너무 신기해서 두리번 두리번 관광객 티를 냈다.

 

창문에 빗방울이 말라 붙은 자국도 관찰하고, 밖에 우산 가게도 보고, 또 도로에 2층 버스도 보고, 모든 것이 말 그대로 새로웠다.

 

버스에 교복을 입은 학생 무리들이 탔는데, 애써 태연한 척 했지만 너무 귀여워서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창 밖에는 거리 곳곳에서 양복 신사 분들이 무리지어 걷고 있었는데 거기에 또 하트어택을 당했다. (정장..수트..)

 

 

분명 지도에 버스에서 내려서 2분 거리라고 나와있는데 어딘지 몰라 무거운 짐가방을 들고 한참 돌았다.

 

(문만 이렇게 보라색으로 칠해 놓으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아무튼 찾았으니 되었다고, 길거리에 나앉지 않아도 되서 다행이라면서 들어갔다.

 

 

 

Safestay 숙소의 게시판과 내 방 번호 119!

 

이 곳의 테마는 보라색인듯, 벽도 침대도 온통 보라색이었다.

 

6인 도미토리 형식의 방이었지만, 방 안에 샤워실도 있고, 와이파이도 잘 터지고, 침대마다 커튼도 있어서 지내는 데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루턴 공항에서 시간을 좀 지체해서 박물관을 가려고 계획했던 것에서 벗어나, 대신 카나비 (Canaby) 스트릿옥스포드 (Oxford) 스트릿을 구경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거리에 가만히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밀물 썰물 빠져나가듯이 사람이 왔다갔다 했다.

 

중간에 익숙한 H&M이라든지, ZARA라든지, 또는 기타 예쁜 편집샵이 보이면 들어가서 구경했다.

 

런던에 파는 옷이 비엔나에서 파는 옷보다 훨씬 예뻤다.

 

 

미리 예약해둔 뮤지컬, <위키드>를 보러 빅토리아 극장에 왔다.

 

버스 방향을 헷갈리는 바람에 공연 시작보다 10분쯤 늦게 들어갔다.

 

영국은 차가 오른쪽이 아니라 일본처럼 왼쪽으로 다니는데, 처음이라 헷갈려서 반대로 가는 버스를 탄 것이다.

 

처음에는 '늦으면 안 돼! 빨리 빨리!!' 하는 마음이었지만 시간이 다 되어갈수록 '그래, 늦어도 들여는 보내주겠지' 하며 해탈해버렸다.

 

 

 

뉴욕에 브로드웨이가 있다면 런던에는 웨스트엔드가 있다!

 

뮤지컬의 광신도인 나는 뮤지컬을 보러 런던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에서 정선아&박혜나 페어의 <위키드>를 못 본 게 너무 아쉬웠는데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게 되는구나!

 

꿈에 그리던 글린다의 "Popular"와 엘파바의 "Defying Gravity"를 듣게 되었다.

 

무대를 보는데 내가 여기 있는 게 믿기지 않아서 정말 눈물을 흘릴 뻔했을 정도로 좋았다.

 

둘 다 너무 너무 사랑스럽고, 노래도 잘 하고, 귀여웠다.

 

중간에 "Let's dance!", "I can't" 하는 영국식 발음도 너무 신선했고, 영어로 말하고 노래하는 데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아 신기했던, 처음 뮤지컬을 보던 설렘처럼 모든 게 행복했던 공연.

 

 

 

#Day 2

 

〔캠브리지 극장 → 버킹엄 궁전 → 웨스트민스터 사원 → 빅 벤 / 런던 아이 → 트라팔가 광장 → 내셔널 갤러리 → 뮤지컬 <마틸다>〕

 

 

 

 

이튿날은 버스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보았다.

 

아무도 없어서 맨 앞에도 앉아보고, 뒤에 좌석도 찍어보았다.

 

여기서는 일반 버스일 텐데도 2층에 있으니까 관광 투어버스를 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버스 기사님 바로 위에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요상해졌다.

 

신기하고 전망도 더 잘 보이고 2층 버스 최고!

 

 

 

캠브리지 극장에서 데이시트로 뮤지컬 <마틸타> 티켓을 끊은 후, 바로 버킹엄 궁전에 왔다.

 

오전 11시부터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딱 맞춰와서 그런지 어디서 교대식을 볼 수 있는지 딱 알겠더라.

 

왜냐하면 이미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펜스를 둘러싸고 교대식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다행히 몇 명이 빠져나가서 그나마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저 검정 모자, 빨간 옷이 너무 앙증맞다.

 

발 동작이 하나하나 들어맞기 위해서 연습도 엄청 많이 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30분 전까지만 해도 파란 하늘이 보였는데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변덕스럽다고 하는 영국 날씨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

 

말을 타고 관광객들을 일사분란하게 정리하시던 경찰 분도 찍고, 멀리서 여왕의 휴가 기간에만 개방한다는 버킹엄 궁전도 찍었다.

 

 

빠져나오는 길에 있던 장엄하고 예쁜 이름 모를 나무.

 

 

다음으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했다.

 

 

 

Welcome to Westminster Abbey!

 

입장을 기다리면서 찍은 사이 좋은(이 아니라 빵조각을 두고 투닥거리는) 서로 다르게 생긴 비둘기 세 마리.

 

아쉽게 내부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도록 되어있었다.

 

입장료에 오디오가이드까지 포함되어 있어 무전기 같이 생긴 가이드를 들으면서 사원을 돌았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은지 한국어 가이드도 있었다)

 

직업이 성우가 아닐까 의심되는 젠틀한 목소리의 남성 분께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겉모습은 일반적인 성당처럼 생겼지만 안에는 칸칸이 다른 구조로 되어있어 꽤나 복잡했다.

 

왕의 즉위식이 있었을 공간, 성가대가 노래를 불렀을 의자, 전쟁으로 인해 구멍이 나서 유리로 메꿔진 벽 등을 보며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느꼈다.

 

나도 모르게 경건하고 숙연해졌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부를 못 찍은 아쉬운 마음에 기념품점 사진을 찍었다.

 

 

안에서도 봤지만, 이 가문을 상징하는 문장들이 정말 독특한 것 같다.

 

다 똑같은 방패 모양에 다르게 새겨진 그림들을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웨스트민스터 다리 주변에 런던의 상징, 런던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빅 벤(Big Ben)런던아이(London Eye)를 보러 갔다.

 

모처럼 맑은 하늘인데 나를 찍어줄 사람이 없다는 게 아쉬웠다.

 

지나다니시는 분들께 부탁해봤지만 어딘지 모르게 구도가 이상한 느낌.. (물론 찍어주셔서 매우 감사했지만)

 

이 두 장의 사진만으로도 런던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런던에서 거의 유일하다 싶은 유명한 요리 피시앤칩스를 먹기 위해 찾은 트라팔가 광장 근처의 The Old Shades라는 식당.

 

1. 피시(Fish)를 튀긴다.

 

2. 감자를 튀긴다.

 

3. 그릇에 담는다.

 

4. 끝

 

피시앤칩스의 맛에 대한 완벽한 설명!

 

딱 생각하던 그대로의 맛이었지만 원래 해산물을 좋아해서, 특히 생선을 오랜만에 먹어서 맛있게 먹었다.

 

 

트라팔가 광장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 입장!

 

 

 

시대별로 방마다 번호가 다르게 매겨져 있어서 더 용이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1200-1500년대 그림은 종교적 그림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표현한 그림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나무로 변하는 다프네.

 

 

옛날 사람들은 악마가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했구나.

 

 

이렇게 정물화만 진열된 공간을 지나서,

 

 

모네(Claude Monet)의 아이리스(Irises) (좌), 수련 연못(The Water-Lily Pond) (우)

 

근대 시기로 넘어오면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볼 수 있다.

 

사물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그림을 재구성해 나타낸 모습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지만 작가의 내면 세계를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된다.

 

 

카미유(Camile Pissarro)의 밤의 몽마르트 대로(The Boulevard Montmartre at Night) (좌), 펠릭스 피사로의 초상(Portrait of Felix Pissarro) (우)

 

모네의 그림들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은 카미유의 작품들.

 

오른쪽의 그림은 처음에 소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소년이어서 깜짝 놀랐다.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의 그라블린의 운하, 그랑 포르-필립(The Channel of Gravelines, Grand Fort-Philippe)

 

점묘화법으로 널리 알려진 조르주 쇠라의 그림.

 

기존의 인상파 작품들과 달리 사물의 이미지를 자신이 느낀 대로 표현하면서도 조형미를 잃지 않았다.

 

그만큼 많은 인상주의 작품 속에서도 그의 그림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독특했다.

 

미술관을 돌아다니면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림이 많았는데, 매스 미디어에서 이미 너무 많은 미술품 또는 그 가품에 노출된 나머지 있는 그대로의 작품을 받아들일 수 없게 된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세잔(Paul Cezanne)의 The Grounds of Chateau Noir

 

또다른 유명한 화가 세잔의 작품은 더 많이 보고싶었는데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이 그림에서는 음울함이 느껴진다.

 

 

고흐(Vincent Van Gogh)의 길게 자란 풀과 나비(Long Grass with Butterflies) (좌), Farms near Auvers (우)

 

사실 고흐에 대해서는 그의 대표작인 해바라기나 아를의 침실, 별이 빛나는 밤, 자화상 정도만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강한 붓터치는 고흐의 그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자신의 삶과 작품 내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던 그의 태도가 그림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고흐(Vincent Van Gogh)의 Sunflowers (좌), Van Gogh's Chair (우)

 

유명한 것에는 뭐든지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고흐의 해바라기는 모르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고, 그래서 나도 몇 번 사진으로 접했던 작품이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해바라기도 해바라기지만, 저 배경에 쓰인 연한 노란색은 실제로 보면 조명인 것마냥 환하고 빛이 났다.

 

우리가 노란색이라고 부르는 색이 다 같은 색깔이 아니라는 것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그림.

 

같은 계열의 색을 쓰면서도 저렇게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천재성을 더욱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다.

 

 

내셔널 갤러리에서 나오자 트라팔가 광장이 한 눈에 보였다.

 

언제나 관광객들로 붐비는 런던의 중심이다.

 

 

어디서 찍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또다른 런던의 상징, 공중전화 부스.

 

TELEPHONE이라고 적힌 글자와 그 위의 왕관이 어딘지 모르게 런던답다고 해야 할까, 우리나라 공중전화와는 다르게 posh한 느낌이 있다.

 

 

 

뮤지컬 <마틸다>로 마무리하는 둘째 날의 저녁! (손잡이가 꽤나 시야에 방해가 됨)

 

그 동안 성인 배우들만 주연으로 나오는 뮤지컬만 봐서 그런지 아이들 중심으로 진행되는 뮤지컬이 꽤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세팅 및 배경과 눈 돌릴 새 없는 독창적인 안무들이 아주 프로페셔널했고, 배우들이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연기, 춤, 대사에서 모든 것이 하나도 떨어지지 않아서 그 퀄리티에 감탄했다.

 

특히 여자주인공 마틸다는 중학생도 채 안 되어 보이는데, 엄청난 에너지와 가장 많은 대사로 무대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I am a girl"을 무한반복하고, 어른들에게 겁 없이 도전하는 모습이 조금은 맹랑해보이기도 했던.

 

1일 1뮤지컬로 행복한, 아직 끝이 아니길 바라는 런던 여행이 계속되고 있다.